Skip to content
Kendrick's Website Kendrick's GitHub Kendrick's Youtube Kendrick's Travel blog

[도서 리뷰] AI 트루스

10 min read
Cover

AI 트루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건 AI가 아니라 인간 자신이다!”
2034년 미래 예측부터 인간의 욕망까지 기술과 철학을 넘나드는 인공지능 특강

작가 소개

임백준 작가님은 이미 몇 개의 저서로 유명한 프로그래머 겸 작가입니다. 『뉴욕의 프로그래머』, 『누워서 읽는 알고리즘』, 『행복한 프로그래밍』, 『폴리글랏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저서가 있으며, 개인적으로 모두 재미있게 읽은 책들입니다.

또한, 임백준 작가님이 진행하셨던 팟캐스트에서 주최한 나는 프로그래머다 컨퍼런스에서 들었던 컨퍼런스 오프닝 프레젠테이션은 아직도 제 마음 깊숙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이야 '데브컬처'라는 개념이 일반적인 상식같이 통용되지만, 당시에는 프로그래밍을 일이 아닌 문화로 접근하고 그 문화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매우 신선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 개발자에게 기회되면 언제나 이분의 책을 추천할 만큼 필력이 훌륭하시기도 하며, 20년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의 경력 그리고 최근 삼성리서치 AI 센터에서 4년동안 데이터 조직을 이끄신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가 남다르십니다.

책 구성

도입부는 특이하게 소설로 시작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서술할 순 없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는 "미래"에 대한 단편소설 입니다.

문득 8년 전, '나는 프로그래머다' 팟캐스트 시절 SF 책 관련 이야기를 하실 때 신나게 이야기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이때 이야기하신 『블레이드 러너』나 『멋진 신세계』, 『1984』 등 SF나 디스토피아 소설에 관심이 생겨서 많이 찾아봤었죠. 역시나 해당 장르 매니아답게, 복선 및 전개 그리고 결말까지 흥미로운 단편이었습니다. 이 단편은 나머지 책 내용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애피타이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이후 2장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지금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두 번의 인공지능 겨울과 현재 시점까지 풀어냅니다. 인공지능 겨울의 경우 다른 AI나 수학 관련 책들에서도 언급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인공지능 겨울 위키를 봐도 잘 안 와닿는데, 이 책에서는 너무 흥미롭게 잘 이야기해 줍니다. 3장에서는 인간의 삶에 스며든 인공지능 그리고 인공지능에게 빼앗길 지적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내용들이 나와 있고, 4장에서는 그렇지만 결국 코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체할 거라는 이야기를 길게 풀어냅니다. 그리고 5장에서는 인공지능이 미치는 다양한 분야의 지적노동(법률, 금융, 의료, 소매업, 제조, 교육, 운송 등등)을 설명합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실제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재조명합니다.

후기

지금까지 책 소개였습니다.

아래 후기에서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뒤로 가기를 누르시고 나중에 꼭 사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책의 제목과 표지는 '인공지능 특강'이라고 되어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책은 공포 스릴러물입니다.

사람들이 현재 실제로 하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걱정이라는 장치를 잘 버무려, 마지막 장에서 상상력이라는 공포를 극대화시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1장은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미래 사회에 대한 짧은 단편 소설입니다. 2~5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AI 관련 무지와 오해로 만들어낸 상상 속 유령에 대해서 그런 건 없다며,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통해 완벽하게 불안을 해소시켜 줍니다. 그렇게 안심하게 만들고 나서 마지막 장에서는 1장의 단편 소설이 저자의 상상력이 아닌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이며 우리는 그 종착점으로 가는 걸 멈출 수 없고 그 끝에는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사람들은 잉여 인간이 되고, 소수 엘리트들에게 지배당할 것이라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 줍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유령이 아닌 실제로 마주하게 될 괴물을 보여주며 오펜하이머와 핵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1장의 단편의 전개가 책 전체 내용에 대한 복선이었던 것입니다.

기존 공포의 클리셰를 책에 녹여냈습니다. 맨 마지막 장 '해결책'이라는 섹션에서는 유일한 해결책이 있지만 이는 실행 불가능한 해결책이며, 어디로 가든 결국 어두운 막장으로 가고 있다고 마무리합니다. 마지막장과 에필로그를 통해서 비관론자에서 낙관론자의 극과 극의 모습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에필로그의 첫 문장을 읽고, 마치 『1984』에서 시스템에 저항하다가 결국 굴복하여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되는 윈스턴이 떠올랐네요.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배드엔딩 이기에 마지막 장만 빼고보면, 3차 인공지능 봄이 펼처진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 즉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렇기에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기 보다는,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는 다른 사람이 일을 차지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현명하게 대비하자~라고 받아 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의 AI 분야에 대한 통찰과 소설까지, 내용이 너무 알차서 책 두 권을 본 것 같은 기분. 강추 입니다.

마치며

AI 관련 책에서 열린 결말로 인해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토 준지의 단편집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후기를 쓰면서 다시 부제를 보니 1장 제목이 "미래" 그리고 6장이 "다시 미래"... 이 또한 복선인 것 같은데 이제야 눈치챘네요.

솔직히 개인적으로 저자분의 팬이기도 했지만 1장 단편소설로 시작하는 구성부터 조금 놀라웠고 마지막에서 그렇게 끝낼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며칠 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